시계 속으로 들어간 아이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살아가면서 ‘만약 이러이러하다면’ 이라는 가정을 해본 적이 많이 있었다. ‘시험 문제지를 먼저 볼 수 있다면’, ‘시험이 없는 세상이 된다면’, ‘매일매일 학교도 안가고 내 맘껏 놀아도 혼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등등. 학창시절에는 항상 시간에 쫓기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충분한 시간이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나 우리가 어른이 되면 우리는 시간을 능동적으로 조종하고 살수 있는걸까?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더욱 빨리 흐르는 듯하고 우리는 시간을 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시계 속으로 들어간 아이들’. 이책에 등장하는 세 명의 아이들은 시간이 없는 세상을 찾아서 시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을 처음 갔을 때 그들은 너무 신났다. 시간이 정지된 세상, 매일매일 놀아도 아무도 잔소리하는 이 없는 세상, 시간약속에 구애받지 않는 세상, 매일같이 학원, 과외, 학습지에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 어린이들이 바라는 세상은 이런 세상일 것이다.
“시간은 일종의 약속이란다. 그런데 그 약속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
“사람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마음대로 쓰지. 사실… 시간은 가진 사람이 주인이란다. 자기가 가진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는 주인만이 정할 수 있지. 그건 매우 중요한 일이란다. 그런데 사람들은 때때로 그걸 잊어버려. 시간 나라의 시계들은 시간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단다.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그런 걸 알려 준단다.”
“잊지 말아라 얘들아. 너희들의 시간을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은 너희들 자신이란다.”
시간나라 안내인의 이야기대로 시간의 주체는 나다. 내가 내 시간을 계획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시간 계획을 짜놓고도 이것과는 무관하게 나의 욕구대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시간은 나를 벗어나 자기 멋대로 움직이는 듯하다. 내 시간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지가 않게 된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시간들이 되고 만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자 아이들은 점점 노는 일이 재미가 없어진다. 학교가고 학원가고 엄마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짬을 내서 노는 것과는 아주 딴판이다. 점점 현실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돌아가는 것은 들어올 때처럼 쉽지만은 않다.
“시간은 돈으로 갚을 수 없단다. 왜냐? 시간은 돈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거든.”
“시간을 함부로 쓰는 사람은 언제든지 그 대가를 치루도록 되어 있단다. 시간은 무한정 주어지는 것이 아니야. 시간을 갚지 못하면 돌아갈 수 없어!”
아이들 나라에서 쓴 시간을 모두 갚아야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 시간은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돈으로 갚을 순 없다. 어떻게 갚아야 할까? 모래시계 속에는 아이들이 사용한 시간이 모래보다 조금 더 큰 구슬로 들어가 있다. 그 구슬은 아주 천천히 떨어지는데 그 구슬을 꺼내어서 바구니에 담아야 한다. 구슬은 잘 못하면 떨어진 듯하다가도 다시 모래시계 위로 올라가 버린다. 정말 시간고문을 받는 심정일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을 지루하게 기다려야 구슬 하나가 떨어지는데 그 많은 구슬이 다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아마 아이들 모두 지루함에 지쳐버렸을 말 것이다. 자신들이 놀면서 허비한 그 시간을 다 끌어 담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구슬이 모두 내려올 때까지 기다렸을까? 아니다. 그들의 선택은 시간이 빨리 가는 나라로 가서 구슬을 빨리 빼내고 빨리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것이였다. 그들의 머리는 어떻게 도망갈 것인가로 계속 반짝 반짝 움직이고 있었다. 우연히 어떤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은 도망치게 된다.
“하… 할아버지”
“우, 우릴 잡아가시려고 오신 건가요?”
“너희들의 시간은 이미 채워졌단다.”
“너희들의 시간을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은 너희들 자신이라고 한 말 기억하니?”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찾는 일은 정말 어렵단다. 그러니 귀한 시간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라”
한번 써 버린 시간, 이미 잃어버린 시간을 다시 찾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현실 속에서는 차라리 모래시계의 구슬이라도 바구니에 담아 넣어 우리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고 싶은 절실한 마음이 생기기조차 한다. 그러나 시간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흐르는 강물과 같이 시간은 지나고 나면 이미 과거가 되어버리고 만다.
현실 속에서 충실히 살려고 노력해도 내 뜻과는 달리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채워나가는 일은 어렵다. 노력해도 힘든데 아무 생각 없이 순간의 쾌락에 빠져 시간을 보낸다면 당연히 일정시간이 지난 후 정말 큰 낭패를 겪게 된다. 이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아무런 목표도 찾지 못한 채 어른이 되고 만다. 반면에 자신의 시간 내에서 뭔가 준비를 한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존재기반을 갖고 있게 된다. 그럼 우리는 허비해버린 시간과 인생을 후회하며 삶을 살아가야 하는 걸까?
다행히 이 책에서는 우리 시간의 주인은 우리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과거의 시간이 헛되게 흘러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꿈을 찾아 우리의 위치에서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하나 찾아나간다면 시간의 주체로서 살수 있을 것이다.